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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류의 기원 >


내가 학생의 신분이었던 심각하리만큼 오래전 어느날.
과학인지 역사인지 미술인지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수업시간, 역시나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스승님께서 인류진화의 기원은 도구의 사용에 있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드랬다. 인류가 앞발이 아닌 손을 이용해 도구를 사용하면서 진화의 그 위대한 스타트라인이 시작되었다고 무지에 가득찬 우리들에게 세상사람 아무도 모르는 대단한 무언가를 가르쳐주시듯 그렇게 생색내시며 학식을 나누어 주셨던 것이다.

내가 어느덧 서른이 후울쩍 넘어버린 오늘날, 그 옛날 잊혀진 역사서 같은 위대한 가르침에 기초해 생각해 보면 우리집 강아지가 오랜기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이제 앞발만으로 너무나 노련하게 애견용 개껌을 씹어재끼는 이 현상도 결코 가벼이 볼 수만은 없을것이다.
그 알 수 없는 과목의 알 수 없는 깊이의 학식을 지녔던 스승님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 본다면, 앞으로 몇해만 더 지난다면 우리집 강아지가 젓가락을 이용해 봄나물을 무쳐먹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두고 새로운 신인류의 시초라 감히 선언해 본다.
아주 먼 훗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신인류들이 그들의 진화의 열쇠가 개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상심에 빠질까.
그들에게도 내가 겪었던 것처럼 알 수 없는 깊이의 학식으로 무장한 어느 스승이 출현해 무어라 자신의 주장을 펼칠지가 궁금해 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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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인류의 기원
분류: 잡담
이름: monodays


등록일: 2007-05-19 00:28
조회수: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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