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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해.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집근처 야외에서 달리기를 하곤 한다.
나는 결코 스포츠맨 타입은 아니지만 달리는 것만큼은 꽤 애착을 가지고 있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무렵엔 경험이나 상식이 없던 탓에 발바닥을 다치기도 했고, 소소한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젠 시행착오를 거쳐 적당한 러닝화도 찾게 되었고 별다른 부상없이 안정된 러닝이 가능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달릴 수 있는 적당한 트랙이 존재하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헬스클럽 관장님은 자꾸만 러닝머신 이용을 권하지만 나는 왠지 러닝머신과는 쉽게 친해지지가 않는다.
그 윙윙거리는 기계음도 싫고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인 것도 못마땅하다.
러닝머신 쪽도 전기를 소모하고 나도 운동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이동은 “0”인 셈이다. 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
나는 아무리 참고 이 기계 위를 달리려 해도 이 소모적 지루함을 10-20분 이상 참아내기가 힘들다.

뛰다보면 바람의 촉감이 달라지고, 스치는 사람들도 달라진다.
마스크를 쓴 할머니, 젊은 시절의 이모를 닮은 라디오 듣는 아주머니, 자전거를 탄 대학생, 쉴사이 없이 핸드폰으로 수다를 떠는 미니스커트의 젊은 여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만취한 채 비틀거리는 중년 남자... 내가 만일 집안에 있었다면 이 시간 이곳을 지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낯선 그들에게서 조차 묘한 인연의 끈을 느끼는 듯하다.

사람들에 대한 관찰만큼이나 즐거운 것이 있다면 풍경에 대한 관찰일 것이다.
거대한 공룡의 척추처럼 압도적인 철로교각, 습하고 어두운 터널같은 지하철 공영주차장 아래, 번쩍이는 광고판과 네온, 누군가의 손에 의해 그려졌을 어지러운 그레피티, 키작은 나무와 물줄기까지.
러닝화의 쿠션 아래로 전해져 오는 적당한 지면의 저항을 느끼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움직이고 있을을 실감하는 것이다.
어떤 자동차나 탈것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달리는 것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공간의 이동을 체험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스쳐지남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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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린다는 것
분류: 잡담
이름: monodays


등록일: 2007-04-15 20:13
조회수: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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