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days.com

       
 

뇌하수체 (腦下垂體, pituitary gland)



                                       *   *   *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 타원형의 내분비기관. 전엽·중엽·후엽으로 나뉘며
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 중요하다.

                                       *   *   *



뇌.하.수.체. 나는 이 단어에, 이 말에, 이 발음에, 무척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이 사랑스런 말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게 된 것은 최근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 음절 마디마디에 서린 봄내음 같은 향기만은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다.

누군가 이런 내 말을 듣는다면 비웃을 일이겠지만 ‘뇌.하.수.체’ 이 발음을 입에 머금으면 나는 정말로 봄비 아래서 사랑스런 여인과 나란히 우산을 쓰고 걸으며 어깨가 촉촉이 젖어가는 싱그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엄연히 실존하는 뇌하수체의 존재를 오도할 의도는 없다. 앞서 말했듯 최근에서야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인터넷 백과사전을 통해 뇌하수체에 대한 정의를 검색해 봤는데, 호르몬 분비와 관계된 내분비기관이며 코 바로 뒤쪽 두개강(頭蓋腔) 내에 위치하며 시신경 바로 아래에 있어 종양이 생길 경우 현저한 시력저하가 생긴다는 것 정도가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더 많은 설명도 있었지만 그 외의 내용은 굳이 한글이 아닌 포르투칼어로 써 놓았어도 내겐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내게 호르몬과 관계된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나의 뇌하수체도 코 뒤쪽 두개강내에서 심해 생물처럼 조용히 잠자며 나의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고 있을 터이다. 30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그에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럴듯한 아크릴 감사패라도 만들어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왠지 그는 고고한 재야의 스승처럼 너그럽게 이 상을 물릴 것만 같다.

이 얼마나 매력있는 말에 어울리는 존재인가.
당분간 뇌하수체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계속될 것만 같다.

하지만 불현듯 스치는 불길한 생각은, 먼 훗날 내가 여성용 거들을 가지고 싶어 할 정도로 여성호르몬이 충만해 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멋대로 오도한 나에 대한 뇌하수체의 저주는 아닐지....
문득 전문의의 의견이 듣고 싶어진다.
  -목록보기  
제목: 뇌하수체에 대한 단상
분류: 잡담
이름: monodays


등록일: 2007-04-12 22:17
조회수: 1790


운영자만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로그인]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