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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을 가로지르던 차량은 결국 모래에 바퀴가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차주로 보이는 남자는 열심히 모래를 파내어 보지만 이미 바퀴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 있었다.
이미 내가 도와 해결될 단계는 한참 지난 듯 보여 잠시 바라보다 내 갈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적없는 백사장 위로 나를 앞서 걸어간 발자국이 보인다. 모래위론 내 발자국과 그의 발자국만이 이어져 있다.
아직 바람이 차가운 이 시기, 그것도 평일의 바다를 찾는 이가 없을 법도 하다.

무리지어 있던 갈매기떼를 지나도록 걸어도 그 발자국에 왠지 마음이 쓰인다.
어느 어부의 발자국일까, 아니면 나와 같이 마음에 스미는 황량함을 어찌할 줄 몰라 방황하는 이일까.

길 저쪽에서 견인렉카가 흰먼지를 일으키며 다급하게 달려간다.
하긴 밀물이 밀려오고 있는 시간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은 모래에 빠진 차량의 주인이 나보다는 더 절박한 심정이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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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래
이름: mono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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