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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이사를 왔을 때,
이 방이, 이 동네가 그리도 낯설고 황량해 보일수가 없었다.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마치 이 세상의 끝에 가 있는 것만 같았다.
아주 기본적인 살림살이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던 첫날 나는 대충 짐을 풀어놓고
지하철로 두어정거장 떨어진 곳에있던 어느 모텔에서 잠을 청했다.

그나마 이 곳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던 것은 다음날 도시가스가 개통되고,
전자상가에서 주문한 미니오디오가 도착하고 나서였다.
방안이 따뜻해지고, 음악이 흐르고..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에 그렇게 무언가가 채워져갔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도 나는 텔레비젼 대신에 라디오와 음악을 듣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시간이 한참지나 이곳에 적응한 뒤로도 한밤중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라도 들려오면
그날들의 황량함이 되새겨지곤한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이 낯설고 황량한 장소조차 언젠가는 애잔한 감정으로 다가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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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낯설던 장소
이름: mono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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